역삼동 677-6 영남빌딩 8층 TNM 

이사 온 지 어느새 3주가 다 되어간다. 비가 쭉쭉. 쪽잠을 자고싶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기로 했고 화요일은 점심 약속이 있다. 벅벅 긁는 소리가 이젠 익숙해질 것 같다. 허기짐은 게으름으로 이겨낸다. 이제 다 써가는 키엘 립밤. 그리고 사용할 수 없는 샤넬 립글로즈. 아무래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 나는 몸과 마음이 건조하다. 건조하다고 하기에는 습하고, 습습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새어나가는 물방울이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공기중을 부유한다. 마냥 웃자니 철이 없고, 잊자니 기억력은 끝도 없다. 시험도 이런 기억력으로 봤으면 하버드는 갔겠다 싶다. 참 이상한 습성이다. 큼큼. 좋은 냄새가 난다. '향기'보다는 '냄새'가 좋다. '인간'보다는 '사람'이, '사람'보다는 '동물'이 좋다. 노랑색, 검은색. 극과 극을 치닫는 색감도 참 좋다. 물빠진 색도 좋고, 어딜 가도 잘 어울리는 흰색도 참 좋다. 부신 눈 사이에 햇살이 박히는 것이 그립고, 초록 잔디에 벌렁 자빠져 누워있었던 내가 그립다. 박수나트에 발을 담구고 남의 눈을 의식하던 내가 밉다. 뭘 하더라도 눈치보고 있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얼굴에 조금 철판을 깔았나 싶다가도, 형편없는 예의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없다. 근근히 이어가던 인연을 부셔버린 내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런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 시키고 있는 내가 참 불쌍하기도 하다. 

오늘의 고백. 일 하기 싫은 건 아닌데,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을 할 수가 없다. 
1. 훈민정음은 아마도 내 하소연을 위해 만들어 진 것도 같다.
2. 한꺼번에 볼 수 없는 모니터 두 개 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3.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시간을 버리느니 다른 의미있는 일을 해야만 하겠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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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대왕/관찰일기  |  2011.06.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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